테크리드 오답노트

팀워크의 탄생

dxnlab 2026. 9. 16. 19:55

지난 글에서는 채용 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으니 반대로 채용을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직원/동료로서 충분한 역량이 갖추어져야 하고, 협업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좋은 팀, 훌륭한 팀워크의 경험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협응성을 포함한 개개인의 역량이 — 과연 전부일까요? 왜 자꾸 뻔한 말을 물어 보고 있을까요? 당연히 전부가 아니니 적고 있겠지요?

면접과 채용의 시점에서 우리는 한 사람이 지금까지 겪어 온 선택을 기반 데이터로 삼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가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미래의 변화가 우리의 조직에서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동안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함께 그려 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겠지요.

사람은 과연 변화하는 주체인지, 고쳐 쓸 수 없는 대상인지 말입니다.

 

나는 사람에게 있어 쉽게 변화하는 부분과 어지간해서는 변치 않는 부분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변하는 부분입니다. 태도, 특히 사회적인 태도는 하루에도 몇 번쯤 바뀔 수 있는 요건입니다. 정치 성향? 종교? 조건만 갖춰진다면 생각보다 쉽게 바뀝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라면 적지 않는 면접에 들어가 보았을 테니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봅시다.

‘면접관인 내 물음이, 손쉽게 바꾸고 가장할 수 있는 것을 겨냥했던지,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을 겨누고 있었던지’

내 생각에, 사람에게서 가장 잘 바뀌지 않는 부분은 기초 기질입니다.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인생의 큰 사건이 있지 않은 이상, 기질이 변하는 일은 없습니다. 보통 사람의 기질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 대체로 가치관/추구/만족/감각/인지와 연결 되어 있습니다. 여러 번 말하지만 MBTI 같은 성격 유형을 알아내자는 뜻이 아닙니다. 성격도 환경에 따라 발현된 기질의 표현형에 불과합니다. 기질은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 나는/그 사람이 갖고 있는 우선순위, 가치관, 감각과 같은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손실에 대한 감각, 혹은 이득에 대한 감각이 사람마다 다르다.
플레이어마다 손실을 허용하는 정도, 혹은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판단하는 감각이 그 인간의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한다”

네이버 웹툰 <킬링스프리> 중.

어디 게임의 플레이스타일 뿐이겠습니까. 알고 있는 컨텐츠 중 사람의 기질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저작권 관계로 캡쳐를 할 순 없으니 링크로 첨부합니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과 같은 경쟁 상황에서 기질이 잘 드러나는 면은 있습니다.

 

기질은 여러 복합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면접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측면은 두 가지: 공격-수비, 전략-전술의 기질입니다. 계속 강조합니다. 뭐가 더 좋고 나쁘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순위로 줄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공격/수비의 기질은 이를테면 게임과 같은 경쟁 상황에서 더 많은 득점을 추구하는지, 더 적은 실점을 추구하는지와 같은 경향입니다. 단적으로 도전적인 과제, 빠른 변화와 적응이 필요한 과업에는 공격성 기질이, 안정적이고 꼼꼼한 유지 운영이 필요한 과업에는 수비성 기질이 좀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팀을 어느 한 성향 만으로 채우면 문제가 매우매우 심각해집니다. 대표적으로 흔한 실수가, 도전적인 과제로 가득한 신사업 TF를 (개인 지원/선호에 따라) 공격 성향의 사람 만으로 가득 채우는 일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농구 경기 스코어로 지는 게임을 보게 됩니다. 아, 상대가 말입니다.

성향 특성상 공격 성향의 사람들이 단기적으로는 좀 더 주목 받고 빨리 승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대체로 평균에 가깝게 수렴합니다. 관리자/의사 결정자의 입장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비 성향 키 플레이어를 자칫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까딱하면 그 한 사람의 결손 만으로 조직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전략Strategy/전술Tactic의 기질은 이를테면 ‘마지막 한 번만 이기면 이기는 것’과 ‘작은 승리가 모여야 큰 승리가 만들어지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 상황을 가정하면 어쩌면 어디까지 물러남을 허용 할 수 있는가의 차이로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기질 상의 차이일 뿐 능력/역량의 차이는 아닙니다.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Macro이라면 전략적, 미시적Micro라면 전술적입니다. 당연히 한 조직 내에서 전략/전술은 모두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의 요건만 엮어 보면 4 가지 유형이 됩니다. 또한 이 두 가지 기질 특성도 당연히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사람마다 대략적인 위치를 찍어 볼 수 있습니다.

  • 공격 /전략: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그 판에서 승리하려 합니다.
  • 공격 / 전술: 한 발씩 전진해 나가면 끝끝내 이겨낸다고 여깁니다.
  • 수비 / 전술: 끝까지 지지 않고 살아 남으면 결국 이긴다고 여깁니다.
  • 수비 / 전략: 절대 질 수 없는 판을 만들고, 그 판을 유지합니다.

나 스스로는 강한 공격 / 보통 전략 유형 정도로 봅니다. 신사업/스타트업에서 작고 기민한 조직을 바탕으로 기술 전략을 펼쳐야 하는 포지션에서는 꽤 적합한 성격 유형입니다. 사실, 기질이 그 자신을 원하는 포지션으로 데려간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내가 만일 수비적 기질이었다면 법률가나, 경제학자 쪽으로 풀렸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요. 전술적 기질이었다면 큰 회사의 엔지니어로 남으려 했을 겁니다. 기질은 정말,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MBTI와 같은 성격 유형은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기질 특성을 이야기 하려 한다면, 내가 ‘어떤’ 기질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고 다른 것을 꺼리게 마련이니까요. 공격/수비, 전략/전술에서 무엇을 가장 경외하고 무엇을 가장 싫어하는지 반대쪽 극단을 보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치열한 꾸준함(수비/전술)을 가장 부러워하고, 영혼 없는 무사 안일주의(수비/전략)나 근시안적 트러블메이커(공격/전술)를 싫어합니다. 뭐, 누군가는 큰 그림의 진취적 행동가(공격/전략)를 부러워 할 수도, 허무맹랑한 사기꾼 이상론자(공격/전략)을 몹시 싫어 할 수도 있습니다. 기질과 조합의 차이입니다.

 

팀/조직의 포지션은 이러한 개개인의 기질과 특성의 ‘조합’ 블렌딩으로 이루어집니다. 보통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면 의사 결정권자(보통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팀장)와 가까운 기질 위주로 한 조직 전체가 구성되기 쉽습니다. 일차적인 패착입니다. 객관성, 역량 위주로만 평가하려 하면 조직의 유기적 연결이 훼손됩니다. 전략 유형만 모아 놓은 조직 이상, 각자도생하는 콩가루로 흩어집니다. 이차적 패착입니다. 결국, 한 자리를 채운다면 그 자리와 연결되어야 하는 다른 자리들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은 개인들의 집합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이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크던, 작던, 세 사람 이상이 모였다면 각자 자신의 역할과 자리 — 커버리지 Coverage — 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커버리지는 다방면으로 서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단순히 하하호호 스몰톡 하면서 현대 한국의 리추얼Ritual(회식)로 동질감만 쌓는다고 갑자기 끈끈한 가족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가족은 집에 있습니다.

역할/포지션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역량, 맡은 책임을 다 하기 위한 성실함. 이런 것들은 기초 필수입니다. 아주 많은 지원자가 그 최소 선을 넘어섭니다. 하면 그 다음으로는, 지금 현재 조직에서의 합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 다른 어떤 것보다 말입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누구나 남들만큼 특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성향, 비슷한 기질, 비슷한 경험과 비슷한 역량의 서로 다른 두 사람을 마치 건전지 갈아 끼우듯 대체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조직의 합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서 합(合)은 Sum/Total 과 좀 뉘앙스가 다릅니다. 두 사람은 1+1이 아닙니다. 세 사람의 개발자는 한 사람의 300%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지만, 한 사람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해냅니다.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합이고, 팀워크입니다.

사람은 숨쉬듯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적어도 지식과 기능, 역량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변화 속도를 결정짓는 태도와 습관, 성격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완만하게 달라집니다. 하지만 태도/습관/성격의 밑바탕에 깔린 기질은 거의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은 대개 그렇더군요.

면접을 통해 새로운 동료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워낙 희박한 배팅인 것은 사실입니다. 신경 써도 망하고, 신경 안 써도 잘 터질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통계적으로 충분한 사례가 쌓이기 전에 나의 리더쉽 커리어가 터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전적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결코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3-5명만 넘어가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