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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리드 오답노트

좋은 팀장은 다 어디 갔을까?

실로 격조했습니다. 돌아 왔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일단은 본업이 많았습니다. 6–7월에는 외주 프로젝트를 하나 쳐냈고, 8–10월 간에는 본사의 상황이 있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당장은 글로 적을 수 없는 고민도 많이 있었습니다. 준비한 글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마무리 정리를 미루다 보니 어느덧 지금 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없던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아쉽게도. 개인적인 여건은 도리어 이전보다 더 나쁘지요.

며칠 전 다시 마음을 잡고 블로그에 돌아와 보니, 새 글 한 편 올라오지 않는 이 블로그를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조금씩은 나아지는 오답 노트로 보답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집 나간 프로세스 관리의 시대

좋은 팀장은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어쩌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몰라도 일정 공감하는 부분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나 또한 그 수 많은 팀장 중 한 사람으로 사람을 들이고 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만. 뭐 그렇게까지 이야기할게 있을까요? 막말로 유니콘급이면 유니콘의 대우를 주던가.

요는 조직의 허리라 할 수 있는 팀장/리더급 리더쉽이 널리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왜? 그러게 말입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각양각색,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요. 다만 경험적/공통적으로 짚이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꺼내볼까 합니다. 조금은 불편하게 말입니다:

  • 팀장은 팀원의 발전형이 아닙니다
  • 악화는 양화를 구축합니다
  • 우리는 좋은 팀장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팀장은 팀원의 발전형이 아닙니다

좋게 실무형 리더라고 포장해 보아야 실무형도 리더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또 좋게 자율 운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방임일 경우가 많지요. 팀장과 같은 중간 관리자라면 응당 관리와 리더쉽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이건 실무 역량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실무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그러나 매니저는 어떤 문제를 누가 어떻게 풀어 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언젠가의 글처럼 모듈 단위의 효율성 최적화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변수로 한 대 크게 얻어맞기 전 까지는 꽤나 쉽고 간단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팀장 — 관리자/매니저가 가장 먼저 당면해야 할 과제는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팀원이 소스 빌드를 깨뜨렸습니다. 누구 책임입니까? 팀장입니다. 협력 부서와 알력을 만들었습니다. 누가 책임지고 풀어야 합니까? 팀장입니다.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누가 살려야 합니까? 팀장입니다.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누가 뒷감당을 해야 합니까? 팀장입니다.

앞서 사람의 기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주니어 — 시니어의 실무 단계에서는 대체로 개개인의 기능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데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그 자신의 기능이 아닌, 조직 기능을 운영하는 능력입니다.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는 실무 단계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슈퍼스타를 매니저로 승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언젠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감독으로 기용하는 우라고 언급했던 딱 그런 상황입니다. 뛰어난 실무 역량이 관리와 정치까지 성장/확장한다면 참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의 실무와 조직 책임자로서 관리의 차이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책임자/관리자가 아닌 그저 선임을 자처합니다.

팀원의 필드와 팀장의 필드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의 필드는 또 리더쉽의 필드와도 다릅니다. 흔히 팀장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조건들은 실무진(주니어/시니어), 리더쉽(리드/수석)에 가져오면 바로 약점이 되기 쉽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몰아 붙인다면 — 실무 단계에서는 a) 있는듯 없는듯 그저 조용히 지내는 사람, b) 특출난 구석 없이 그저 우직한 사람, c) 그냥 분위기 메이커.가 스타 플레이어보다 관리자로서의 기질은 훨씬 뛰어날 수 있습니다. a)는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라는 면에서, b)는 우직한 성실함과 꾸준함에서, c)는 조직 운영의 신망을 얻기 쉽다는 면에서 모두 좋은 매니저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으로 빛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실무, 혹은 리더쉽에서 스타성/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언정 관리자로서는 딱히 우수할 수 없습니다. 중간 관리자는 개인으로서 자신보다 조직/조직원을 빛내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조건, 리더쉽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어느 정도 방향성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거나 확장되지만 중간 관리자는 거의 정확히 그 정 반대선상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실무에서 중간 관리자를 거쳐 리더쉽으로 성장하는 트랙을 당연한 듯 여기는 사회에 있는 겁니다. 쉽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매니저 트랙을 완전히 별도로 떼고 실무에서 리더쉽으로 이어지는 성장 트랙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합리적인 운영 방침입니다만, 위계Hierarchy를 상하관계로 인식하기 쉬운 환경에서는 아마 이론만큼 잘 작동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합니다

장담컨데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잘 해내려 노력하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채 절반이 안 됩니다. 적지 않은 리더쉽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만 —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려는 사람은 신기할 만큼 드뭅니다.

좋은 수준을 넘어 훌륭한 중간 관리자, 매니저가 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바로, 상사/조직원/동료 관리자들의 관성에 맞설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합시다.

왜 그리 유난인가? 실적에 미쳤나? 혼자 튀어 보겠다는 건가? 뭘 그리 깐깐하게 — 혹은 느슨하게 하나? 왜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 뭘 또 사람 바보 취급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몫/우리 몫은? 그 정도는 좀 해 주지, 아니 왜 이런 것도 안 알려줘서, 이 바닥을 잘 모르시나 보다, 사람 무시하나, et cetra, et cetra.

이상이 중간 관리자가 자신의 일을 단디할 경우 흔히 듣게 될 말들입니다. 차라리 반골 성분이 돋보이는 리더쉽 입장에서는 좀 귀찮은 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관계성이 좀 더 중시되는 관리 적성에는 정말 뼈 아픈 상처가 됩니다.

오늘날 리더쉽에 있다면 다들 익히 알겠지만 — 중간에 끼어 있는 관리자라는 지위가 정말 골치 아픈 자리입니다. 애초에 리더쉽 만큼 명확한 책임/권한이 주어지지도 않고, 실무처럼 내 영역만 채운다고 끝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실무 책임이 빠지지도 않습니다. 여차하면 상류upstream에서 떠넘긴 책임과 하류downstream에서 터트린 책임 양쪽을 아무런 선택 권한 없이 전부 뒤집어 쓸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양화가 상호 협력할 때 악화는 무리를 짓는다는 겁니다. 조직의 관성이란 그만큼 강력합니다. 중간에 끼어 있는 포지션에서 누군가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위/아래/옆 사방팔방에서 반발이 터져 나옵니다. 그것도 매우 조직적으로.

한 번 떠올려 봅시다. 팀장 한 사람을 주변 협력/조화 문제로 찍어 낸 후에 조직 기능/성과가 급락하거나 중단기적으로 관리 문제가 폭증한 경험이 없습니까? 분위기를 해치는 누군가를 짚어서 뺐더니 분위기가 더 나빠진 적은?

물론 개별 사례마다 다 차이는 있을 겁니다. 다만 온전히 조직의 리더쉽의 관점에서 이야기 해 봅시다. 그래서, 다수 의견에 따른 결과가 조직 전체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까, 그 반대였습니까? 왜 그랬겠습니까?

우리는 좋은 팀장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우리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혼과 같은 개인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조직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중간 관리자의 상류에 있던, 하류에 있던, 우리는 좋은 팀장을 만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리더쉽의 입장에서 좋은 중간 관리자는 여러 모로 불편한 사람입니다. (성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평판이) 나쁘면 나쁜 대로 불편합니다. 좋은 중간 관리자는 리더쉽도 가만히 쉬게 두질 않으며, 때때로 리더쉽의 지향과 다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인적 문제든, 성과/업적이든 업무 관계든, 어쨌든 좋은 팀장은 언제나 리더쉽을 불편하게 합니다. (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죠?)

실무진의 입장에서도 좋은 중간 관리자는 하여간 몹시 피곤한 사람입니다. 관리자의 역량은 사람을 탈탈 털어 굴리는데 그 본령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저 좋은 사람이 되기는 차라리 쉽습니다.

이런 여건에 놓인 중간 단계에서 ‘좋은 팀장 (관리자/리더쉽)’ 을 발휘할 정도의 역량이 있다면, 대부분 한 자리에 길게 머무르지 않습니다. i) 더 많은 결정권을 보장 받는 더 윗 단계로 올라가거나, ii)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부로 나서거나, iii) 번아웃 등의 개인적인 사유로 관리 부담을 더는 길을 택합니다.

그러니 ‘좋은 중간급 관리자/리드’가 생각보다 드물다는 현실 앞에 우리가 만들어 둔 조건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려운 자리인 것은 사실이고, 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는 것 또한 명백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힘들고 어려운 자리에서 확실한 역량을 발휘한 사람에게 그만한 권한/보상이 주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심하게 말해서 그런 사람이 뭐 하러 그 자리에 식의 말이 나올 정도라면, 우리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세상사 많은 일들이 공정 거래Fair Trade의 관점이 필요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보다 적은 지불로 더 많은 댓가를 얻길 바라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나 당연할 겁니다. 어쩌다 한 번 찾는 뜨내기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분명 존재하는 거래의 형태겠지요. 왜 길게 성장하는 큰 기업/주체들이 그런 쉬운 돈 easy money을 택하지 않는지는, 누구라도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력/노동력/역량과 권한/책임의 문제에서도 똑같지 않겠습니까.

 

본래는 작업 중이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 새 시즌을 열고 싶었는데 뭐 하나 간단하게 풀리는 일이 없습니다. 허헣.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편의 글로 찾아 오겠습니다. 그 때는 꼭 작업을 설명할 준비가 되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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