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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리드 오답노트

면접의 비밀

한창 공채 면접관으로 들어가던 시절, 면접관들 모인 자리에서 AI 면접 평가 점수에 대해 이야기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 빼고는 다 그 AI 면접 평가를 결정에 참고한다 하더군요.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아니, 뭘 어떻게 믿고?

AI 면접을 보신 분들은 많겠지만 아마 평가 점수표를 보신 분들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내가 봤던 솔루션은 대상자의 신뢰도, 장단점, 기질 특성, 업무 적합성 같은 평가 항목들을 점수로 뽑아줍니다. 문제는 내가 올린 직무/포지션이 뭔지도 모를 AI 모델이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점수로 줄 세우는가 하는 겁니다. 서비스/솔루션 만드는 쪽에 딱히 억하심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그 평가 내용을 얼마나 신뢰해도 좋을지 묻는다면 그저 참고만 하시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 회사는 그 평가 기준 그대로 신뢰해서 채용합니까?

 

“무언가의 가격이란, 그것을 위해 포기한 가치의 총합이다”
— [괴짜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a freak] 발췌

취준생 여러분에게 어떻게 들릴지 염려스러운 말입니다만 (딱히 이걸 안 읽어 보겠지, 뭐). 대다수 면접관은 생각보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인사가 만사고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고, 좋아요. 다 좋은데, 나는 내츄럴 본투비 진성 공돌이라 그런 입에 발린 말 안 좋아합니다. 신뢰하지도 않고. 내가 보는건 이런 겁니다:

그렇게 중요한 채용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쓰고 있습니까?

한 번은 타 조직에서 이미 평가를 마친 탈락자를 대상으로 교차해서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그 평가 자료를 받아 본 적이 있습니다. 시험 문제와 그 답안이 참, 부끄러워서 어디 얘기도 못 하겠더군요. 도대체 뭘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를 하겠다는 건지 설계 의도 같은 건 아무리 고민해도 티끌 만큼도 없었습니다. 스크리닝 기준은 둘째 치고, 답안을 봐도 도무지 평가를 할 수가 없어서 넘겼습니다.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봅시다, 인터뷰어 여러분:

  • 포지션에 적합/비적합한 기질/특성은 무엇입니까?
    그 기질/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 지원자 각각에 대한 1차 판단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편견일지 사실일지 확인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 서류/면접/시험에서 지원자의 거짓을 검토하기 위한 장치가 있습니까?
  •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질문 세트를 별도로 준비합니까?
  • 면접/시험의 질문 문항은 실제 직무와 어떻게 연결됩니까?
  • 스크리닝의 기준은 무엇이며, 조직 목표/비전과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기타 등등의 고민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고용노동부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 감지덕지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히 모든 면접관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만나본 상당수 면접관은 딱히 기준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져 놓고 어떻게 대처 하는지 태도를 본다는 식의 조악한 논리 정도? (아니 그거 사이코패스에게 유리하다고 못 들어봤나) 혹은 기준이라 해도 상당히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습니다. 좋게 말해서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고 하지만, 현실은 면접관 마음에 들면 뽑는 거고 아니면 마는 식입니다.

때문에 학벌, 기존 경력과 같은 네임밸류가 (통상 실적보다도) 상당히 큰 영향을 발휘하며, 서류 평가의 결과가 면접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게 발생합니다. 우스운 말이지만 결과는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 이미 거의 결정되어 있는게 보통입니다. 몇 년에 걸쳐서 꼬박꼬박 면접관 교육 받아가며 구조적인 질문/심층 질문 같은 내용을 들으면 뭐 합니까. 막상 면접장에선 “우리 일이 많아서 가끔 야근 하는데, 야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따위의, 제발 좀 하지 말라는 의미 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버리고 있는데.

그 순간에, 야근 수당 나오는지 물어볼 지원자가 있겠습니까? 나 같으면 그 사람 뽑아. 그리고, 막상 그 자리에서 예/아니오 했던 답변이 현실에서 무슨 차이를 만듭니까? 비슷한 시리즈로 “만약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그냥 부당한 지시를 하지 마요, 좀. 본인이 상식 없고 일 못한다고 자랑해? 하나마나한 질문을 뭣하러 합니까, 서로 시간 아깝게.

 

이미 써 먹을 만큼 써먹어서 이제는 공개해도 큰 의미 없는 답정너 질문 하나 예시 팁으로 공개해 보겠습니다. 특히 2–5년차 정도, 상대적으로 저연차인 개발자에게 유효한 질문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배운 적 없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성된 프로젝트에 투입될 계획이 있다면, 사전 교육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습니까?”

들었던 가장 짧은 시간은 2시간, 가장 긴 시간은 3개월이었고 통상 1개월 내외로 답변합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임계값은 일주일 이내입니다. 이 질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연결됩니다:

  •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기초/기반 이론에 대한 이해 수준
  • 업무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 예상 학습 속도.

주어진 학습을 벗어나 호기심으로 움직이는 엔지니어는, 대체로 주 언어 이외에 한 두 가지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게 마련입니다. 가령 자바/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가 웹/앱으로 무언가를 해 보고 싶어하면 js, Flutter 같은 언어를 살펴보는 식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몇 가지 섭렵하다 보면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이 그다지 복잡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닿게 됩니다. 그 구문이 아무리 어려워봐야 결국에는 컴파일해서 명령 세트로 바뀌어야 하고, 몇 가지 특성들이 있다 한들 유효한 풀이 방식이란 몇 가닥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준다는 것 뿐이지.

그러니 완전히 새로운 언어라 해도, 기본적인 구문 사항(변수, 스코프, 구조체 정의, 함수 정의 및 조건/반복문)만 숙지하면 바로 해당 언어의 코드를 읽을 수 있고, 나머지는 훈련에 가깝기 때문에 주어진 산출물을 보면서 익숙해지면 되겠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학원식의 체계화 되어 있는 커리큘럼을 통해 학습하는 편이라면, 새로운 언어에 대한 학습 자료와 연습 문제로 구성된 풀이를 따라가면서 외우고 익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개월까지 다양한 기간이 등장합니다.

해서, 위 질문이 이렇게 1–2주라는 임계치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성향을 가르는 질문이 됩니다.

재삼 강조하건데, 빠른 적응력과 신기술 개척이라는 우리 팀의 역할과 포지션 특성 때문에 1주일이라는 스크리닝 조건을 둔 것이지 결코 짧은 답변 시간이 더 좋은 지원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역으로 일주일 안쪽의 지원자를 스크리닝해야 할 겁니다. 나중에 분명히 메뉴얼을 적당히 넘기고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을 테니까요. 애초, 반대의 경우라면 지원자 입장에서 자칫, ‘여기는 체계가 없는 회사인가 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안 쓰는게 낫습니다 사실.

또, 자기 자신의 학습 속도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가 모자라 실제로는 1개월 이상 걸릴 일을 2–3일이면 충분하다고 답변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결정이 갈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 질문을 하려면, 지원자가 위화감을 느낄 수 없도록 ‘진짜 새로운 언어로 프로젝트를 시키려나 보다’ 하는, JD부터 사전 질문 맥락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맥락 없이 그냥 저 질문만 달랑 던지면 어디 인터넷에서 뭐 봤나보다, 하는 거지요. 무엇보다 이 질답 자체가 (아무리 이런 찾는 사람 없는 변방의 블로그일지언정) 웹에 공개되어 있으니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질문 되겠습니다. 어떤 장치가 좋을지는, 이제부터는 면접관 여러분의 창의성에 달려 있겠습니다. 보통 몇 가지 연계로 구성된 복합 질문이 좋습니다.

아니 무슨 포지션 하나 채우자고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공들여 함정을 파기까지 해야 하나 — 싶다면, 일단 나는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처음의 이야기처럼 한 사람이 그 정도 중요하기도 하거니와, 여러분은 이제 이번 소개팅 혹은 애프터가 끝나면 바로 결혼 날짜를 잡아야 합니다. 함정 질문이요? 가능하면 더 한 것도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지원자, 특히 취준생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첫 번째는, 몇 가지 지원, 면접의 결과가 여러분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될 수 없으니 그 어떤 결과에도 결코 용기를 잃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면접관의 가부 결정에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혹은 해당 포지션의 조건을 훌쩍 넘어서는 오버스펙일 수도 있습니다. 조건이 너무 차고 넘쳐서 안 되는 경우도 많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더라도 막상 몇 차례 실패를 겪고 나면 좌절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경험이 많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또 하나의 지나갈 결과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다음 기회는 반드시 있습니다.

둘째로, 제발 좀 쓸데없는 노력은 부디 그만합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취준생들 모여서 하는 면접 스터디입니다. (요즘은 무슨 면접 학원도 있다며?) 이 부분은 맺힌 이야기가 많으니 다른 글에서 좀 풀어보지요. 다들 불안한 그 마음은 알겠는데, 그거, 시험 10점 받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 답지 맞춰 보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10점 시험지 10장 모은다고 100점 되지 않습니다. 뭐가 맞았고 틀렸는지도 모르는데 그거 모으면 뭐합니까. 차라리 그럴 시간에 낮잠자고 운동하는게 더 도움이 됩니다. 정말로.

마지막으로 — 마음이 절박해지면 어떤 자리든 어떻게든 취업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스스로를 죽여가며 면접관에게 아부를 해서라도 그 포지션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상 나 같은 이상한 면접관은 대체로 소수이니 그 편이 장기적으로 여러분의 커리어 전반에 훨씬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취업이 되면 여러분은 그 사람들과 매일같이 대면하고 업무를 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매일같이 스스로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러니 스스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짚고, 그 무엇보다 먼저 그 자신에게 잘 맞는 자리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그런 자리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니 뭐 나 같은 사람조차 결혼까지 했는데 까짓거 업무 포지션 하나 없겠습니까. 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많이 도전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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